20190112 영원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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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정말 컨디션이 안 좋고 기력도 없고 피곤했는데 퇴근하고 집으로 갈 수가 없었다. 맨날 대답만 잘하고 정작 원고를 주지 않는 작가를 압박하고자, 내 돈 내고 그 분의 강연을 신청해놔서 그 행사에 가야 했다. 퇴근길 지하철을 갈아타가며 도시의 복판으로 갔다. 강연은 재미있었다. 길고 긴 사인 줄이 끝날 때까지 한참 기다리다가 제일 마지막에 팬인 척 섰다. "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세상 밝게 웃으며 명함을 내밀었더니 그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후후... 그동안은 메일로만 연락을 주고받았던 터라 서로 얼굴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어찌나 당황하시던지 그 모습을 혼자 본 게 아까울 정도였다. 가는 길에 변명이라도 해야겠다며 집까지 태워주시겠다기에 이때다 싶어 냉큼 따라나섰다. 이미 나를 데리러 온 라블리에게 바로 카톡을 보냈다. '비상사태임. 나 *** 차 탔음. 집에서 봐.' 우리 동네까지는 그리 멀지 않아서 금방 도착했다. 들어보니 뭐 대단한 변명거리는 없었다. 그저 앞으로도 또 메일을 씹게 될 거 같으니까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덜고자 데려다준 거 같았다. 그러면 나는 또 잡으러 가야지. 무조건 받아내서 제때 책을 내고 말 거야 다짐했다. 그가 진저리를 치면서 내게 반농담조로 크게 되실 거라고, 성공하실 분이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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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오디때매 미치겠네. 1집부터 정주행했다. 가사 속 화자가 왜 이렇게 하나같이 피해의식 쩌는 찌질이에 드라마킹인지, 자기모에화 쩌는 못난이인지(늘 가난하거나 범죄자거나 나이가 많은 남자라 어쩔 수 없이 여자를 '놓아주고' 말없이 떠나는데 그 여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철이 없음~~ 여자분께 매우 다행이라고밖엔..) 정예지랑 욕하면서 듣다가 웃겨 기절할 뻔했다ㅋㅋㅋㅋㅋ 하지만 이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모조리 따라 부르며 지나치게 흥에 겨워버린 나를 발견하고... 못살아!! 제왚의 흑인음악에 대한 동경이 그만 도를 지나쳐서 카피와 샘플링으로 점철된 미국팝(졸지에 음악은 고퀄)을 만들어냈고, 그 곡이 의욕 만땅 프로듀서와 재능 없는 가수를 만나 묘하게 한국화돼버리면서 그냥 지오디라는 장르가 탄생한 것. 노래도 랩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만들어낸 나레이션랩 너무 최고됩니다 아멘. 주기도문보다 더 완벽히 외우고 있습니다. 제가 진심으로 사랑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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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또 이것저것 썼다가 사실의 나열이라서 지웠다. 선생님이 나는 감정을 자꾸 들여다봐야 한다고 한 게 생각이 났다.




 

덧글

  • momm_o 2019/01/13 09:48 # 답글

    지오디 책읽는랩 알조 진짜 ㅋㅋㅋ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는데 그 노래 랩 파트 모르면 지오디랩으로 읽으면 되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네 2019/01/14 10:00 #

    그거 얼마나 어려운데요. 말하는 것처럼 해야 되는데 박자 다 맞춰야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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